봉준호 감독 수상소감, 외신반응, 92회 아카데미 시상식 '기생충'으로 4관왕!!

2020. 2. 11. 12:52방송 연예

2020.02.10일(한국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4관왕의 쾌거를 낚았다.

 

아카데미상은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8400여 회원의 투표로 결정된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다양성 추구를 위해 지난해 59개국 출신 842명의 영화관계자들을 새 회원으로도 위촉했다. 다른 상과 달리 소수 심사위원들의 조율을 통한 선정이 아닌 회원들의 순수 투표로 이뤄지는 상이라는 점으로 차별성을 갖는다.

 

한국 영화는 1962년 신상옥 감독의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출품을 시작으로 꾸준히 아카데미상에 도전했지만, 후보에 지명된 것도, 수상에 성공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기생충'은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으로 작품상을 받아 오스카 영화의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아울러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것도 1955년 델버트 맨 감독의 로맨틱 코미디 '마티'(1955년 황금종려상, 1956년 아카데미 작품상) 이후 64년 만이며, 역대 두 번째다.

 

 

제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2020) 수상내역

△작품상: 기생충(봉준호)
△남우주연상: 조커(호아킨 피닉스)
△여우주연상: 주디(르네 젤위거)
△남우조연상: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브래드 피트)
△여우조연상: 결혼 이야기(로라 던)
△감독상: 기생충(봉준호)
△각본상: 기생충(봉준호, 한진원)
△각색상: 조조 래빗(타이카 와이티티)
△촬영상: 1917(로저 디킨스)
△편집상: 포드 V 페라리(마이클 맥커스커 외 1명)
△미술상: 원스 어폰 어 타임...인 할리우드(바바라 링 외 1명)
△의상상: 작은 아씨들(재클린 듀런)
△분장상: 밤쉘(비비안 베이커 외 2명)
△음악상: 조커(힐더 구드나도티르)
△주제가상: 로켓맨('I'm Gonna Love Me Again')
△음향편집상: 포드 V 페라리(도널드 실베스터)
△음향효과상: 1917(스튜어트 윌슨 외 1명)
△시각효과상: 1917(기욤 로셰론 외 2명)
△국제영화상: 기생충(봉준호)
△장편애니메이션상: 토이스토리 4(조시 쿨리 외 2명)
△단편애니메이션상: 헤어 러브(매튜 A. 체리 외 1명)
△단편영화상: 더 네이버스 윈도우(마샬 커리)
△장편다큐멘터리상: 아메리칸 팩토리(스티븐 보그너 외 2명)
△단편다큐멘터리상: 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 워존(캐롤 다이싱거 외 1명)

 

 

 

외신반응

 

할리우드 매체 버라이어티는 “외국어로 쓰여진 영화가 각본상을 받은 건 이번이 6번째”라고 설명했다. 아카데미 역사에서 영어 이외의 언어로 된 영화가 감독상을 받은 감독은 총 27명이다. 아시아계 감독으로 범위를 좁히면 대만 출신 리안 감독이 2006년 ‘브로크백마운틴’과 2013년 ‘라이프오브파이’ 이후 세번째다. 다만 두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영어로 만들어진 영화다.

 

버라이어티는 “기생충은 부와 특권, 생존에 직면한 중산층과 도덕적 상대주의에 초점을 맞춘 영화”라며 “지난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오스카의) 선두주자로 올라섰다”고 설명했다.

할리우드리포트는 “지난 20년 동안 가장 독특한 영화의 본고장인 한국 영화가 마침내 오스카의 영광을 누리게 됐다”고 전했다. 매체는 “그동안 영화애호가들은 한국에서 봉준호를 포함해 이창동, 박찬욱 같은 독창적인 감독들이 얼마나 많이 배출돼 왔는지 감탄해왔다”고 강조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기생충의 수상 내역을 소개하며 “기생충은 오스카를 이끄는 내부자들로부터 최근 몇 주 동안 많은 지지를 받아왔다”고 설명했다.

LA타임스는 “봉준호 감독이 감독상을 받으면서 오스카 역사에 남게 됐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기생충이 봉 감독의 7번째 영화이며 2009년 마더 이후 제작된 완전한 한국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기생충이 시상식 시즌을 거치면서 점점 오스카의 주요 영화로 입지를 굳혔다고 전했다. 특히 봉 감독이 언급한 ‘1인치 높이의 자막’을 언급하며, 기생충이 외국어 진출작이라는 어려움에도 관객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영화가 됐다고 강조했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이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차지한 것에 대해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0일(현지시간) 트위터 계정에 글을 올려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처음으로 외국어 영화가 작품상을 수상하는 것을 보게 돼 기쁘다”며 “영화 ‘기생충’의 한국 출연진과 창작 팀에 축하를 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여러분은 네 개의 오스카상을 충분히 받을 만했다”며 “한류는 확실히 도래했다”고 말했다.
오테이거스 대변인은 자신의 글을 올리면서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트위터에 올린 축하 글도 리트윗했다. 해리스 대사는 전날 트윗에서 “기생충과 봉준호 감독이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을 비롯해 외국어 영화로는 처음 작품상까지 수상하며 오스카 4관왕을 차지했다! 놀랍다!”면서 “봉 감독님과 기생충 출연진 및 제작진, 대한민국 영화계에 축하를 드린다”고 말했다.

 

 

 ‘기생충’ 해외 주요 수상 내역 (57개 영화제 초청 및 57회 수상·2020년 2월 10일 현재)

봉준호 감독 수상소감

봉 감독은 각본상을 받은 뒤

"감사하다. 큰 영광이다. 시나리오를 쓴다는 게 사실 고독하고 외로운 작업이다. 국가를 대표해서 쓰는 건 아닌데, 이 상은 한국이 받은 최초의 오스카 상"이라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이어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언제나 많은 영감을 주는 아내에게 감사 대사를 멋지게 화면에 옮겨준 기생충 배우들에게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진원 작가는 봉 감독에게 감사를 전한 뒤 "미국에는 할리우드가 있듯이 한국에는 충무로가 있다. 제 심장인 충무로의 모든 필름메이커와 스토리텔러와 이 영광을 나누고 싶다"고 말했다.

 

국제영화상 수상 후엔 영어로

"오늘 밤은 술 마실 준비가 돼 있다. 내일 아침까지 말이다."(I am ready to drink tonight until next morning)"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 발언에 대해 미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등 외신은 봉 감독의 유일한 영어 소감이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도했다.

 

봉 감독은 명감독들을 제치고 감독상 수상자로 호명되자 그동안 존경해왔던 다른 후보들을 언급했다. 트로피를 전기톱으로 나눠 갖고 싶다는 재치도 빼놓지 않았다.

봉 감독은 "좀 전에 국제영화상을 받고 오늘 할 일은 끝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며 "정말 감사하다. 어렸을 때 항상 가슴에 새겼던 말이 있다. 영화 공부를 할 때 책에서 읽은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이라는 마틴 스콜세지('아이리시맨')의 말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마틴 영화를 보면서 공부를 해 같이 후보에 오른 것만으로도 영광이었는데 상을 받을 줄 몰랐다"면서 "제 영화를 아직 미국 관객들이 모를 때 항상 제 영화를 리스트에 뽑고 좋아하셨던 '쿠엔틴 형님'(쿠엔틴 타란티노)도 계신데 너무 사랑하고 감사하다. 쿠엔틴 '아이 러브 유'"고 외쳤다.

이어 "같이 후보에 오른 토드 필립스('조커')나 샘 멘데스('1917') 다 제가 존경하고 사랑하는 감독님"이라며 "오스카에서 허락한다면 이 트로피를 텍사스 전기톱으로 잘라서 5등분해 나누고 싶은 마음"이라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봉 감독의 촌철살인 화법과 수상 소감은 내내 화제였다. 지난달 5일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외국어영화상을 받은 뒤 밝힌 소감은 명언으로 꼽히며 외신에 계속 인용됐다. "1인치 정도 되는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영화를 만날 수 있다. 우리는 단 하나의 언어를 쓴다고 생각한다. 그 언어는 영화다"

봉 감독은 이후 '기생충'이 한국 영화 최초로 아카데미상 6개 부문 후보로 지명되자 "(언어의) 경계가 다 깨져있었는데 내가 뒤늦게 이야기한 것 같다"며 멋쩍어하기도 했다.

아카데미상 후보로 지명된 뒤엔 "영화 '인셉션' 같다"고 익살스럽게 소감을 밝혔다. "저는 곧 깨어나서 이 모든 것이 꿈이라는 걸 알게 되겠죠. 전 아직 기생충 촬영 현장에 있고 모든 장비는 고장 난 상태고요. 밥차에 불이 난 걸 보고 울부짖고 있고요. 그러나 지금은 모든 것이 좋고 행복합니다"

지난해 10월 미국 매체 '벌처'와의 인터뷰에서 '오스카상'와 관련해 발언한 내용은 지금까지도 회자되고 있다. 봉 감독은 '지난 20년간 한국 영화 영향력이 커졌음에도 한 번도 오스카상 후보에 오르지 못했다'는 질문에 "조금 이상하긴 하지만 별로 큰일은 아니다. 오스카상은 국제영화제가 아니다. 그저 '로컬(지역영화상)'일 뿐"이라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